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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계층의 끝과 끝을 다룬 영화

by O-ni 2022. 5. 30.

계층의 끝과 끝을 다룬 영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국제 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의 쾌거를 달성하여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빈부격차에 대한 현실 고증을 보여주며 국내 관객들은 물론, 전 세계 영화인들의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1. 기생충, 어쩌면 벌레가 아닌 사람을 빗댄 표현

기택의 가족은 4명 모두 직장 없이 반지하에 살고 있습니다. 이 반지하 집에는 곱등이가 나옵니다. 가족들은 꼽등이가 나타나면 잡고 죽이며 더러운 벌레 취급합니다. 꼽등이는 썩은 사체를 먹고사는 벌레입니다. 그리고 더 웃긴 것은 꼽등이 몸 안에 기생충, 연가시에 의해 죽기도 합니다.

기우는 유학 가는 친구의 부탁으로 부잣집 과외 아르바이트를 대신 하게 됩니다. 물론 학력을 위조해서 말입니다. 이때 기우의 여동생 기정이 포토샵으로 가짜 대학 졸업장을 만들어줍니다. 어쨌든 그렇게 기우는 다혜의 과외선생님이 되고 참관을 위해 온 다혜 엄마 연교 앞에서 "pretend" 단어를 가르칩니다. 뜻은 "~인 척하다"로 이는 곧 기우의 모습입니다. 명문대학교 출신인 척, 과외선생님인 척 연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우는 연교네 집을 구경하던 중 액자에 걸린 그림을 보고 감탄하는 척 합니다. 연교는 다혜 남동생 다솜의 붓 터치가 천재성이 있다며 자랑하고, 미술 과외를 시키고 싶은데 그러면 주입식 교육으로 아이의 천재성에 흠이 갈까 봐 고민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기우는 마침 본인이 아주 잘 아는 외국 유학 출신의 미술 선생님이자 미술 심리 치료사 '제시카'를 소개해주겠다고 합니다. 네, 이 제시카가 바로 기우 여동생 기정입니다. 기우와 기정은 부모님도 이 집에 취업시키려고 거짓말을 하여 아빠 기택은 박사장 운전기사로, 엄마 총숙은 가사 도우미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박 사장네 가족이 캠프 떠났을 때 마치 본인들의 집인 척 주인행세를 합니다. 결국 기우가 과외 수업할 때 말한 "pretend"는 본인을 포함한 가족 모두를 빗댄 표현이었습니다.

어쨌든 기택네 가족은 사기꾼이고 범죄자입니다. 거짓말하고 남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이런 삶을 살 수 없는 것이 기택 가족의 삶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택 일가가 아무리 기생해도 박 사장 가족 위치는 변함이 없습니다. 기택네 가족의 발악이 박 사장 가족에게는 그저 산들바람에 그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택네 가족은 박 사장 집에 기생하고 있는 문광네 가족이랑 싸우게 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부잣집에서 기생하는 두 하류층의 이야기를 신랄하게 보여줍니다.

2. 부의 양극화를 보여주다.

영화에서 계급을 드러내는 뚜렷한 이미지는 수직적 구조 입니다. 기택네 집은 만지하, 그 중에서도 아주 낮은 곳에 위치하여 이 공간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고 하위계층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모여줍니다. 그리고 언제나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살아갑니다. 반면 박 사장네 집은 으리으리한 저택입니다. 집에 가려면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고, 들어가면 또 계단을 올라야 하고 시선이 늘 위로 향해있습니다. 카메라도 아래에서 위로 촬영해서 저택의 웅장함이 더욱 드러납니다.

그리고 폭우가 쏟아지는 장면에서 기택네 집은 물에 잠기고 오물이 역류하여 수재민이 되지만, 박 사장 집은 그저 창밖으로 비를 감상하며 운치 있다고 감탄합니다. 심지어 다솜이는 그 폭우 속에서 텐트 치고 밖에 있어도 비가 안 샌다고 좋아합니다. 이 또한 빈부격차를 느끼게 해주는 장면입니다.

3. '기생충'을 보고 난 후 느낀 점

결국 영화는 기우의 상상, 계획을 영화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담아서 마치 현실인 듯 보이게 유도한 뒤 다시 카메라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여전히 반지하 집에 사는 기우를 보여주며 끝납니다. 이  장면은 잠시나마 허황한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계급의 역전은 이루어질 수 없고 이게 현실이라고 말해주는 장면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택의 편지에 나온 말들은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기택이 박 사장을 죽이고 숨어들어간 곳은 반지하보다 더 못한 지하였습니다. 그나마 햇빛이라도 볼 수 있었던 반지하에서 이제는 햇빛 하나 들지 않는 더 깊은 지하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기택은 편지에서 아들에게 말합니다. 새로 이사 온 집에 가정부가 매일 집에 있어서 매일매일 먹는 일이 생사를 가르는 사투라고... 이 모습은 정말 이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아닐까요? 반지하에 사는 게 억울해서 분노하며 발악했더니 더 깊은 지하로 나가떨어지게 되고 이제는 '먹고사는' 기본적인 일이 생사를 다투는 일이 돼버린 것입니다. 보통 영화는 보고 나면 "재밌다" 또는 "재미없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이 영화는 현대판 계급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을 너무 잘 보여줘서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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